1) 정의
지오메트리(geometry)는 사물의 점·선·면·각·비율을 통해 형태와 관계를 분석하고, 그 규칙을 수치로 정리하여 일관된 품질을 재현하도록 만드는 설계의 언어입니다.
수학 교과서 속 개념처럼 보이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로고 곡률, 앱 버튼 라운드, 자전거 프레임 각도, 실내 동선 간격처럼 보이는 뼈대를 관리하는 실무 기술어로 더 자주 사용됩니다.
2) 표기와 어원: 왜 굳이 ‘지오메트리’라고 부르나요
한국어 번역은 보통 기하학이지만, 디자인·3D·모빌리티·패션·건축 등 여러 분야가 뒤섞여 일하는 환경에서는 “기하학”보다 지오메트리라는 음역이 더 실무적입니다.
예를 들어 “로고 지오메트리 공개”, “프레임 지오메트리 스펙”, “아이콘 지오메트리 정합”처럼 형상과 치수의 구조를 바로 떠올리게 하거든요. 즉, 학문명이라는 느낌보다 작업 규격과 구조를 다루는 말에 가깝습니다.
3) 수학적 토대: 유클리드/비유클리드, 그리고 실무의 관찰
- 유클리드 지오메트리는 평면·직선·삼각형·원을 다루며 길이·각·면적·부피를 정밀 계산합니다. 포스터 그리드, UI 레이아웃, 타일 무늬처럼 평면 규칙이 중요한 작업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 비유클리드 지오메트리는 구면·쌍곡면처럼 굽은 공간을 다룹니다. 자동차 외장곡면, 신발 라스트, 더블커브 파사드처럼 곡률 제어가 핵심인 실무가 대표적입니다.
- 현업에서는 증명보다 측정→기록→반복이 결정적입니다. 복잡한 정리는 도구가 대신하고, 사람은 같은 규칙으로 결과를 재현하는 데 집중합니다.
4) 디자인·브랜딩: 좋은 모양은 ‘규칙’이 만듭니다
- 기본형으로 뼈대를 잡습니다(원·정사각형·삼각형). 접선과 접점이 깔끔해야 로고·아이콘이 안정적으로 보입니다.
- 비율은 문맥에 맞게 고릅니다. 황금비가 만능은 아니며, 인터페이스나 배너 제작에서는 4·8·12 같은 모듈 비율이 관리와 확장성 측면에서 우수합니다.
- 그리드는 정렬과 리듬을 만들고, 크기가 다른 소재를 제작할 때도 브랜드 인상이 일관되게 유지되도록 돕습니다.
- 곡률 연속성을 확보하면 반사광 흐름이 자연스러워져 시각적으로 고급스럽습니다.
실제 사용 예
- 초기 스케치에서 원 2~3개+정사각형 1개만으로 형태를 잡아 보세요.
- 공통 모듈(예: 8px)을 정하고 여백·선굵기·라운드를 그 단위로만 바꾸면 품질 관리가 쉬워집니다.
- 200%·400% 확대 검수로 접합부 톱니와 곡률 단차를 꼭 확인하세요.
5) UI/UX·타이포그래피: 가독성도 지오메트리입니다
- 텍스트 지오메트리: 본문 16px 기준 라인하이트 1.5 전후, 줄 길이 60~80자 범위는 눈의 수평 이동을 안정시킵니다. 제목–부제–본문–캡션 계층마다 자간·행간·블록 여백을 모듈로 연결하면 정보 구조가 한눈에 들어옵니다.
- 컴포넌트 지오메트리: 버튼 라운드, 카드 코너, 아이콘 스트로크 굵기가 제각각이면 화면이 흩어집니다. 라운드·마진·간격을 8·12·16 단위로 통일해 보세요.
- 시각적 리듬: 같은 간격의 반복은 사용자가 다음 위치를 예측하게 만들어 탐색 속도를 향상시킵니다.
6) 3D·게임 그래픽: 메쉬가 곧 지오메트리입니다
- 구성요소: 버텍스(점)–에지(선)–폴리곤(면). 폴리곤 흐름이 근육·관절 방향과 맞아야 변형 시 주름이 자연스럽습니다.
- 노멀: 표면의 법선은 빛 반사와 셰이딩을 좌우합니다. 노멀 깨짐은 이음새를 드러내므로 주기적으로 다시 계산해 정렬합니다.
- UV 언랩: 3D 표면을 2D로 펼칠 때 왜곡을 최소화해야 텍스처가 선명합니다.
- 서브디비전: 엣지 웨이트와 분할 레벨을 수치로 관리해 과소·과다 세분화를 예방합니다.
7) 건축·인테리어: 동선·모듈·채광의 숫자 언어
- 동선은 점과 선의 연결입니다. 복도 폭·문 폭·회전 반경을 생활 행동에 맞춰 표준화하면 충돌이 줄고 체감 품질이 높아집니다.
- 모듈의 반복은 파사드에 리듬을 부여합니다. 수납장 폭, 창호 분할, 타일 줄눈을 일관되게 맞추면 공간이 정돈되어 보입니다.
- 채광·시선: 창의 높이와 폭, 매ullion 간격, 햇빛 각도는 실내 밝기와 심리적 개방감을 좌우합니다. 감성의 출발점도 결국 치수의 논리입니다.
8) 자동차·자전거 세팅: 몇 도의 차이가 주행감을 바꿉니다
- 자동차 서스펜션
- 캠버: 타이어 상하 기울기로 코너 접지와 편마모를 좌우합니다.
- 캐스터: 조향축 기울기이며 직진 안정과 스티어링 자복원력에 영향이 큽니다.
- 토: 바퀴 앞부분이 모이거나 벌어진 정도로, 저속 민첩성과 고속 안정 사이의 균형을 조정합니다.
- 자전거 프레임
- 헤드튜브 각: 작으면 안정, 크면 민첩한 성향이 나타납니다.
- 시트튜브 각: 페달링 효율과 착좌 위치를 결정합니다.
- 휠베이스/체인스테이: 직진성·코너 반응성의 균형을 잡습니다.
- 스택·리치: 상체 각과 피팅의 기준이며, 동일 라이더도 수치 차이에 따라 장거리 편안함 vs 스프린트 반응성이 극적으로 달라집니다.
9) 패션 패턴: 평면 원단을 입체 신체에 맞추는 수학입니다
- 다트 분량·위치는 곡면을 평면에서 보정하는 장치입니다.
- 암홀 곡률은 1mm 차이도 팔 움직임과 마찰에 영향을 줍니다.
- **그레인(원단 결)**을 잘못 잡으면 늘어짐·뒤틀림이 발생합니다.
- 고급 수선이 어려운 이유는 초기 지오메트리의 균형이 봉제에 이미 고정되기 때문입니다. 무리한 수정은 전체 정합성을 해칠 수 있습니다.
10) 헷갈리기 쉬운 개념 비교 정리
- 지오메트리 vs 토폴로지: 지오메트리는 길이·각·비율이 보존되어야 하고, 토폴로지는 구멍 수 같은 연결성만 보존되면 됩니다. 같은 컵도 손잡이를 떼면 토폴로지가 달라집니다.
- 정확도 vs 정합성: 부품이 정확하게 가공되어도 서로 맞물리지 않으면 전체는 어색합니다. 시스템 완성도는 정합성이 좌우합니다.
- 형태 vs 비율: 같은 원·사각형이라도 주변 여백과 간격 비가 바뀌면 전혀 다른 인상이 됩니다.
11) 초보자 3단계 루틴: 형태→관계→규칙
- 형태: 대상의 기본형(원·사각·삼각·곡면)을 먼저 잡습니다.
- 관계: 중심·정렬·간격·각도를 수치로 묶습니다.
- 규칙: 모듈 간격·라운드·스트로크 굵기를 공통화합니다.
이 세 단계를 반복하면 감(感)에 의존하던 작업이 재현 가능한 프로세스로 바뀌고, 프로젝트별 산출물 품질 편차가 확 줄어듭니다.
12) 체크리스트 15문항: 제출 전 최종 점검
- 문서 전반에 기준 그리드가 존재하나요?
- 여백·간격이 모듈 단위로 반복되나요?
- 코너 라운드 값이 컴포넌트 간 일치하나요?
- 아이콘 스트로크 굵기·엔드캡이 세트 내 통일되나요?
- 텍스트 계층(제목/본문/캡션)의 라인하이트·자간 규칙이 있나요?
- 컬럼 폭·줄 길이가 가독 범위에 있나요?
- 곡선 접점이 접선 방향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나요?
- 3D 메쉬의 폴리곤 흐름이 변형 방향을 따르나요?
- UV 언랩에서 왜곡이 허용 범위 이내인가요?
- 건축/인테리어 모듈이 창·문·가구 분할에 일관되게 반영되나요?
- 자동차/자전거 세팅이 사용 목적에 합당한가요?
- 측정 단위(mm,px,deg)가 문서 전반에서 통일되나요?
- 반사광(하이라이트) 흐름이 불연속 없이 이어지나요?
- 축·중심·시선 흐름이 레이아웃 안에서 설명 가능한가요?
- 결과물과 규격서 간 수치 오차가 없나요(허용공차 포함)?
13) 사용 예시 ①: 썸네일 빠른 개선
- 문제: 제목이 작고 주변 요소가 많아 시선이 분산됩니다.
- 조치: 제목 블록 기준으로 모듈 8단위를 적용하고, 좌우 마진 24, 상하 마진 16, 부제 12, 버튼 라운드 8로 통일합니다.
- 효과: 여백이 함수처럼 작동해 제목의 시각적 우선순위가 분명해지고 클릭 유도가 높아집니다.
14) 사용 예시 ②: 로고 곡률 보정
- 문제: 두 원호 접점에서 하이라이트가 끊겨 보입니다.
- 조치: 접선 정렬로 곡률 연속(C1→C2)을 확보하고, 코너 반경을 16→20으로 미세 조정합니다.
- 효과: 동일 크기에서도 훨씬 매끈하고 고급스럽게 보입니다.
15) 도구와 측정: 숫자가 품질을 지킵니다
- 물리 도구: 각도기, 캘리퍼스, 레이저 거리계, 스틸자 등은 반복 측정에 유리합니다.
- 디지털 도구: 벡터 편집기의 가이드·스냅, 레이아웃 프리셋, CAD/3D의 치수·각도·곡률 분석 기능을 적극 활용하세요.
- 버전관리: 규격서(라운드·간격·폰트·그리드)와 결과물을 함께 관리하면 팀 내 정합성을 오래 유지할 수 있습니다.
16) Q&A
Q. 황금비는 반드시 써야 하나요? 상황에 따라 다릅니다. 인터페이스는 4·8·12 같은 모듈 비가 유지·확장성이 좋습니다.
Q. 숫자는 맞는데 왜 어색할까요? 전체 축·정렬·시선 흐름의 관계를 점검해 보세요.
Q. 초보가 가장 먼저 고칠 한 가지는요? 여백 통일입니다. 간격만 정리해도 레이아웃이 60% 이상 좋아집니다.
Q. 산업별로 무엇이 다르나요? 로고·UI는 평면 규칙 비중이 크고, 모빌리티·패션·건축은 곡면/입체 규칙 비중이 큽니다.
17) 마무리: 지오메트리는 ‘보이는 품질’의 시스템입니다
지오메트리는 감각을 대체하지 않습니다. 대신 감각을 체계로 고정하여 누구나 재현할 수 있게 만듭니다.
오늘부터 결과물의 모양을 숫자·각도·간격·비율로 설명해 보세요. 작은 여백 하나, 코너 반경 몇 픽셀, 각도 1~2도의 차이가 사용자 경험과 브랜드 인상을 분명히 바꾼다고 생각합니다.
형태→관계→규칙의 루틴을 습관화하시면, 설계와 표현의 품질이 자연스럽게 상승하지 않을까요?
이상 포스팅을 마칩니다.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