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례는 2가지 뜻이 있습니다.
1.대체로 ‘과거에 실제로 있었던 예(前例)’를 뜻하고
2. 종교·의전 문맥에서는 **의식·예식(典禮)**을 말합니다.
“전례대로 의식을 진행한다.” 이 문장을 보고 ‘전례’를 前例로 읽은 분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이 경우는 典禮가 맞습니다. 회사 회의에서 실제로 있었던 일입니다. 행사 시나리오를 검토하는 자리였는데, 한 팀원이 ‘전례대로’라고 적어 두었습니다.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지만, 의전실에서 수정 요청이 왔습니다. ‘전례(典禮)를 거행한다’가 정확하다고요. 그 순간 깨달았습니다. 같은 한글 표기라도, 전례는 두 단어라는 사실을요.
이 번 포스팅에서는 ‘사전식 정의’를 늘어놓기보다, 현장에서 바로 쓸 수 있는 방법을 알려드립니다.
딱 세 문장으로 출발합니다.
3문장 암기법
① 전례(前例)=과거 실제 사례. 보고서·뉴스·시험에서 기본값.
② 전례(典禮)=의식·예식. 종교·의전 맥락에서 사용.
③ ‘전례가 없다’는 강한 문장이다. 기간·자료원·비교 기준이 없으면 과장에 가깝다.
암기법만으로도 절반은 정리됩니다. 이제 나머지 절반을 실제 장면으로 메꿔 보겠습니다.
1. ‘전례’가 말썽이 되는 순간들
첫째, 뉴스 헤드라인의 압축 때문입니다. “전례 없는 폭우”, “전례 없는 혜택” 같은 표현은 강하지만 모호합니다. 이런 문장을 그대로 보고서에 옮기면 근거가 비어 있게 됩니다. “관측 이래 최대” 혹은 “1990년 이후 최대”처럼 기간과 지표가 붙어야 합니다.
둘째, 관례와 전례의 섞임입니다. “전례대로 9시에 회의합니다”는 어색합니다. 회의 시간은 관례(慣例)입니다. 전례는 과거 사례를 의미하므로 “전례를 참고해 처리한다”처럼 쓰는 편이 자연스럽습니다.
셋째, 선례와 전례의 경계입니다. “이번 예외는 나쁜 선례가 된다”는 말에서 핵심은 ‘뒤따라 반복될 기준이 생긴다’는 점입니다. 전례가 단순한 과거 사례의 묶음이라면, 선례는 이후 판단을 묶는 줄이 됩니다. 정책 문서에서는 이 차이가 의외로 큽니다.
2. 전례(前例)와 전례(典禮), 감으로 구분하는 법
사전에서 前例는 “이전에 있었던 예”, 典禮는 “의식·예식”으로 나옵니다. 하지만 현장에서 사전을 펼칠 시간은 많지 않습니다. 그래서 감각 기준을 제안합니다.
- 사건·정책·판결·민원·처리·검토 → 앞선 사례를 떠올린다 = 前例
- 미사·의식·의전·집전·거행 → 의식의 순서를 떠올린다 = 典禮
회의에서 한 번만 써 보면 금방 익습니다. “이건 사례 얘기인가, 의식 얘기인가?” 스스로에게 묻는 습관이 답을 알려 줍니다.
3. ‘전례가 없다’를 안전하게 쓰는 절차
문장 한 줄로 결론을 내기 전에, 다음 세 가지만 확인해도 톤이 달라집니다.
- 기간: “2000~2025”, “관측 이래” 등 범위를 적습니다.
- 자료원: 내부 DB, 통계, 협회 자료, 판결문 등 출처를 밝힙니다.
- 비교 기준: 동일 규모·조건·지역·대상처럼 무엇을 같은 것으로 볼지 정의합니다.
예시를 보겠습니다.
- 원문: “이번 사태는 전례가 없다.”
- 교정: “2000~2025 국내 공개자료 기준, 동일 조건의 전례 없음(근거: △△DB·○○통계). 해외 A국 유사 전례 1건은 확인됨(제도 차이로 직접 비교 제한).”
문장이 조금 길어졌지만, 이 정도면 감사·법무·홍보 어느 부서에서 읽어도 납득이 됩니다.
4. 유례·관례·선례·사례와의 거리 두기
- 유례(類例): 비슷한 예. “유례가 드물다”는 말은 가능하지만, 보고서라면 수치를 붙여 “유사 전례 1/500건 수준”처럼 적는 편이 분명합니다.
- 관례(慣例): 관습·관행. 반복되다 보니 몸에 밴 절차입니다. 관례는 근거가 아니라 운영 습관입니다.
- 선례(先例): 본보기가 되는 앞선 예. 한 번 허용하면 줄줄이 따라오는 효과가 있습니다. “선례 방지 조항”을 약관이나 계약서에 넣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 사례(事例): 개별 사건. 전례는 이런 개별 사례들의 묶음이자 근거입니다.
이 네 단어를 책상 앞에 붙여 두고, 문장마다 체크해 보십시오. 처음 한두 주만 투자하면 오용이 거의 사라집니다.
5. 현장에서 바로 쓰는 문장 템플릿
다음 문장들은 회의록·보고서에 그대로 붙여 넣어도 어색하지 않도록 손봤습니다.
- “사내 기록(2012~현재)과 유관기관 자료를 검토한 결과, 동일 조건 전례는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 “국내 전례가 드문 관계로 일정·비용은 보수적 가정을 적용합니다.”
- “해외 전례 1건은 존재하나 제도 차이로 직접 비교는 제한적입니다.”
- “2018년 분쟁 전례를 준용하여 보상 단가를 산정합니다.”
- “이번 예외 승인은 선례를 남길 우려가 있어, 일회성이라는 조건을 명시합니다.”
- “의전 파트는 전례(典禮) 순서에 따라 거행합니다.”
짧은 문장이어도 기준과 의도가 보이면 문서의 신뢰가 올라갑니다.
6. 뉴스 문장으로 하는 훈련
아래 문장을 보고, 한 번씩 입으로 바꿔 보십시오.
- “전례 없는 폭우” → “관측 이래 최대 강수량(연도·지표 병기)”
- “전례 없는 혜택” → “동종 업계 기준 최대 할인(기간 명시)”
- “전례상 불가” → “관례상 불가 또는 前例 부재로 신중 검토”
- “전례대로 의식 진행” → “전례(典禮) 거행”
- “전례를 이유로 예외 불허” → “전례 유사성 평가표 결과 C등급”
실제 보도자료를 이렇게 고쳐 보고, 팀 메신저에 전·후 문장을 함께 올려 보세요. 팀 전체의 문장력이 함께 오릅니다.
7. 짧은 사례 모음(현업 감각)
- 정책 변경: 국내 전례가 없다는 이유로 미루기보다, 파일럿 기간과 종료 조건을 먼저 적습니다. 전례 부재는 위험이 적다는 뜻이 아니라 불확실성이 크다는 뜻이니까요.
- 사고 보고: “전례 없다” 대신 “기록상 최대치”라고 적고, 측정 방법과 관측 기간을 같이 붙입니다.
- 의전 안내: “전례대로 진행” 대신 “전례(典禮) 절차에 따라 거행”을 쓰면 의미가 또렷합니다.
- 민원 대응: 전례를 근거로 기각할 때는 유사성·규모·사유를 등급화한 표를 함께 제시합니다. 감정 싸움으로 번지지 않습니다.
8. 미니 Q&A
Q. ‘전례가 없다’와 ‘유례가 없다’는 같습니까?
A. 다릅니다. 전례 없음은 동일 조건의 실제 사례 부재, 유례 없음은 비슷한 예의 드묾에 가깝습니다.
Q. “전례대로 한다”와 “관례대로 한다”의 차이는요?
A. 전례대로는 과거 사례를 따른다는 뜻, 관례대로는 조직 습관을 따른다는 뜻입니다.
Q. 종교 기사에서 ‘전례’는 왜 의식인가요?
A. 그때의 전례는 典禮입니다. 미사·성주간·집전 같은 단어가 신호입니다.
Q. 영어로는 어떻게 옮기죠?
A. 前例는 precedent/previous case(s), 典禮는 liturgy/rite, 관례는 custom/convention이 자연스럽습니다.
9. 마지막 점검표
- 문장 속 ‘전례’가 前例/典禮 중 무엇인지 표시했는가?
- ‘전례 없다’에 기간·자료원·비교 기준을 붙였는가?
- 관례·유례·선례·사례와 섞이지 않게 썼는가?
- 필요한 곳에 전례 목록·검색 로그를 덧붙였는가?
- 법적 맥락에서는 판례를 직접 인용했는가?
10. 맺음말
언어는 결국 습관이라고 생각합니다. 몇 번만 의식적으로 구분해 쓰다 보면, ‘전례’는 더 이상 어려운 단어가 아닙니다.
오늘부터는 문장을 쓰기 전에 한번 생각해보면 어떨까요?
“이건 과거 사례의 이야기인가, 의식의 이야기인가?”
이 질문 하나가 보고서의 힘을 바꾸고, 시험에서의 실수를 줄여 줄꺼라 생각합니다.
부록 A. 실무 시나리오 10개(짧게, 그러나 정확하게)
- 지자체 보조금: “전례 없다”로 일괄 기각? → “2015~현재 동일 조건 전례 없음. 단, 소규모 문화행사 유사 전례 1건 존재. 이번 건은 규모 차이로 조건부 지원 검토.”
- 대학 학칙 변경: “기존 전례상 불가” → “관례상 불가였음. 학칙·판례 검토 결과, 전례(前例) 2건 확인. 절차 보완 후 가능.”
- 공공데이터 개방: “국내 전례가 없다” → “국내 전례 없음, 해외 오픈데이터 전례 3건. 법·보안 차이 별첨.”
- 사내 포상: “전례에 따라 전 부서 동일 지급” → “전례 비교표 기준 B등급 이상 동일 지급, C등급은 팀장 재량.”
- 파격 승진: “선례를 남길 우려” → “선례 관리 원칙(일회성·사유 공개) 적용, 재발 시 재심.”
- 국책과제 컨소시엄: “전례 준용으로 우리 주관” → “최근 3개 과제 전례상 타기관 주관. 이번엔 예외 근거로 성과 지표 제시.”
- 대규모 장애 브리핑: “전례 없는 규모” → “관측 이래 최대 트래픽. 복구 평균 42분, 이전 최댓값 대비 1.7배.”
- 박람회 의전: “전례대로 진행” → “전례(典禮) 절차에 따라 개막·방명록·라운딩 순으로 거행.”
- 위험물 반입 요청: “전례 없다” → “전례 없음으로 위험 프리미엄 1.3배·안전 인력 2배 편성.”
- 신규 요금제: “유례없는 할인” → “동종 업계 최대 할인(최근 3년 기준).”
부록 B. 문장 길이와 리듬을 살리는 요령 5가지
- 핵심부터: 결론→근거→예외 순서로 씁니다. 한 문단 안에 ‘왜’가 보이면 AI 냄새가 줄어듭니다.
- 구체명사: ‘자료’ 대신 ‘통계청 2024 연보’, ‘내부 CRM 2018~2025 로그’처럼 적습니다.
- 동사 선택: 전례는 ‘준용·비추어·검토’, 典禮는 ‘거행·집전’. 동사만 달라도 문장이 살아납니다.
- 수치의 온도: “많다/적다” 대신 “21건/평균 14일/1.2배”를 씁니다.
- 각주 습관: “근거: 부록 A-1 표”처럼 짧은 각주를 붙이면 믿음이 생깁니다.
부록 C. 회의에서 바로 쓰는 미니 스크립트
- “지금 문장의 ‘전례’는 前例죠? 의전이면 典禮로 바꿉시다.”
- “이 문장은 강합니다. 기간·자료원·비교 기준 세 줄만 더 얹죠.”
- “국내 전례 없지만 해외 2건 있습니다. 제도 차이를 각주로 달면 좋겠습니다.”
- “관례는 습관입니다. 이번에는 전례 표를 근거로 결정하죠.”
- “선례 우려가 있으니 일회성으로 못 박고, 다음 분기 재검토 합시다.”
부록 D. 한자 요약과 이미지 암기
- 前例: ‘앞 전(前)+예 례(例)’ → 앞에 있었던 예. 시계 아이콘을 떠올립니다.
- 典禮: ‘법도 전(典)+예 도(禮)’ → 의식의 법도. 촛불과 성가 아이콘을 떠올립니다.
- 慣例: 익숙할 관(慣)+예 례(例) → 습관. 반복되는 화살표.
- 先例: 먼저 선(先)+예 례(例) → 본보기. 깃발 아이콘.
- 類例: 무리 류(類)+예 례(例) → 비슷한 무리. 평행선 아이콘.
부록 E. 마무리 코멘트
전례는 결국 기록을 다루는 태도입니다. 말 한 줄로 결론을 내리기보다, 출처를 붙이고, 비교 기준을 정하고, 예외를 조심스럽게 남기는 태도 말입니다. 이런 태도는 보고서를 단단하게 만들고, 회의 시간을 줄이며, 팀의 기억을 길게 남깁니다. 오늘 한 페이지를 끝까지 읽어 주셨다면, 내일 첫 회의에서 ‘전례’라는 단어가 나올 때 이미 손이 먼저 움직일 것입니다. 앞서 소개한 세 문장을 떠올리고, 기간과 자료원을 메모하고, 의식이라면 典禮로 바꾸면 됩니다. 그게 다입니다. 간단하지만 꾸준히 하면, 결과는 놀랄 만큼 달라집니다.